그승 속 도깨비월드로

글 Weeraya Kungwanjerdsuk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한국학과 한국문화전공 박사과정, Lecturer, Sector of Korean Studies, Unit of General Education and Integrated Subjects, Faculty of Liberal Arts, Thammasat University)


도깨비는 한국 전통 민속 신화에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존재로, 오랜 세월 동안 한국 문화와 민속 신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도깨비에 대한 역사는 한국의 구전 설화, 문학, 예술 등을 통해 전해져 왔으며, 각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모습과 성격을 띠고 있다. 고전 문학에 나타나는 도깨비의 서사는 현실적인 공간과 비현실적인 공간 사이에 있다. ‘그승’, 그곳은 저승과 이승 사이로 ‘그승’이라고 하면 무리 없는 공간이거나 어린이들의 꿈속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도깨비는 어떤 존재인가? 한국의 귀신담에 실려 있는 도깨비라는 존재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약 천년 전이나 먼 과거에 묘사된 도깨비라는 존재는 현대인들이 알고 있는 도깨비와는 얼마나 비슷하고 또 다른가? 이 글을 통해 답을 내리기보다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현대에는 도깨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도깨비월드’를 통해 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며, 그 출발점으로 도깨비의 역사를 살펴본다.
도깨비의 명칭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도깨비 앞에 다른 명사를 합쳐서 쓰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사람에게 자비를 베푸는 도깨비는 참도깨비라고 하며, 푸른 색의 신체적 특징을 반영하여 푸른 도깨비라는 명칭을 쓰기도 한다. 문학에서 흔히 묘사하는 도깨비의 모습은 도깨비불이다. 또한 키가 크고 뿔이 났다는 묘사가 일반적이다. 오래전 사람들은 도깨비가 인간과 교류하는 신적인 존재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이 도깨비가 평안과 풍요와 같은 좋은 것들을 집으로 가져오는 도우미와 같다고 믿었다. 사람들은 도깨비와 연결하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의식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일도 했다. 하지만, 조선 시대 귀신담에 나오는 다수의 도깨비는 사람을 헤치거나 싸우기도 한다.
도깨비의 기원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삼국시대부터 도깨비와 관련된 이야기가 존재했다고 추정되며, 그보다 더 오래 전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삼국시대에 관하여 쓰여진 대표적인 텍스트는 <삼국유사>인데, 이 책에 도깨비가 언급되어 있다. 이는 신라 시대 진평왕 시기의 비형랑 설화로 도깨비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고려시대의 도깨비는 <고려대장경>를 통해서 확인된다. <고려대장경>에 나타난 불교설화의 도깨비 연구에 따르면 인도와 중국의 도깨비는 생성, 기능, 성격, 형상 등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동남아시아에서도 ‘야차(yaksa)’라고 불리우는 도깨비와 같은 불교적인 존재가 있다.
한국의 도깨비는 그 종류가 무지하게 많다. 바다, 육지, 산, 집안 등 특정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하게 출현한다. 또한 도구가 도깨비로 변신한 일화도 있다.  <용재총화>, <어우야담>, <천예록>, <학산한언> 등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귀신담에도 도깨비에 대한 글이 거의 빠짐 없이 확인된다. 이러한 기록들에서 확인된 도깨비의 모습과 기능은 복을 주거나 해를 주는 것이며 못생기고 사물에 붙어 요사한 일을 저지르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자료를 통하여 본 도깨비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주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첫번째 유형은 풍유와 같이 좋은 것을 많이 가져오는 도깨비이며 다른 유형은 괴물과 같은 무서운 도깨비이다.
문헌 속 도깨비에 대한 묘사가 시작되면서, 문헌 외의 다른 방식으로도 도깨비가 창조되기 시작했다. 예컨대 제주도에 있는 도깨비 공원의 현세 공간을 시공간 없이 돌고 있는 도깨비월드로 옮기는 방식은 아주 중요한 아카이브 작업이다. 이 아카이브 작업에서 도깨비공원을 도깨비월드로 만드는 맥락은 필멸하는 물체가 아닌, 불멸하는 정신적 공간으로 옮기는 것이다. 도깨비월드는 건곤(乾坤)이 이루어진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공간에는 수많은 도깨비들이 존재한다. 이 세계관은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인간 세상에서 쓰는 서기나 불기보다 도깨비월드에서의 그것이 6,008년이나 더 오래 되었다. 도깨비 공원을 조성한 이기후 교수는 이승에서 먼길을 떠나기 전에 도깨비공원 운영당시 직접 ‘허수깨비’가 되어서 놀러오는 사람들을 놀래키곤 했다. 따라서 도깨비월드의 ‘태초의 허수깨비’는 이기후 교수라고 할 수 있겠다.
도깨비월드는 세속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죽음’을 넘어서 이승은 아니나 저승만큼 멀지 않을 ‘중음’ 같은 곳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아쉬움이나 그리움을 담아 지은 공간이다. 故 이기후 교수는 수목장을 하여 도깨비공원의 한 나무에 깃들어있다. 도깨비월드에서 이 나무는 '도깨비신 나무'로 불리운다. 존재와 비존재 중간적 상태로서 정신이 깃들어있는 ‘도깨비신 나무’는 마음으로 읽는 도깨비월드의 중심 랜드마크이다. 수목장 한 나무, 무덤, 유골함 등등은 먼 곳 어딘가로 떠난 사람이 영원히 떠나지 않길 바라는 아쉬운 마음을 담고 있다. 요컨대, 이곳은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은, 미지근한 정이 서린 공간이다. 도깨비월드는 ‘그승’이라는 곳이자 마음속에 어떤 풍경을 그린 지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깨비월드의 설정이나 이야기는 기존 전통 도깨비와의 유사점은 물론 차이점도 있다. 뿌리 깊은 도깨비 문화를 흡수한 한국사회에서 어릴 적 상상속에서 접했던 정보들이 무의식적으로 뒤엉켜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유불선(儒佛仙)의 뿌리 깊은 문화와 개인 경험 혹은 배움이 섞여 도깨비월드를 창조하였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인간들이 도깨비월드에 들어 가려면 ‘허수깨비’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타자인 인간의 존재는 허락을 받지 않는다. 도깨비월드에서 ‘인간 세상’에 대한 존재는 ‘만물 종족’과 ‘선대 아홉도깨비’만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세상에 잘 알려 진 삼혼설이라는 개념이 있다. 바로 '생혼', '각혼', '영혼'이다. 그러나 도깨비월드에서 이 이론은 전부 깨졌다. 돌-육신-영혼의 관계는 도깨비월드에서 중요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거기서 인간들은 가지고 있는 혼의 강렬한 단편들을 재료로 삼아 자신의 삶을 꾸며 낸다. 따라서 도깨비월드라는 공간에 들어가는 인간들은 ‘허수깨비’가 되어 도깨비의 어둠 속을 기어 다니지만, ‘겉 허수깨비 속 인간’에게 그 수많은 도깨비월드에 있는 도깨비들은 마치 빛의 흔적들처럼 여전히 닿을 수 없는 존재이다. 그들의 ‘정체성’이 있기에 탐험의 향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인간은 이승이나 저승이 아닌 ‘그승’ 같은 이 도깨비월드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그곳의 ‘허수깨비’로서 아무것도 아닌 인간들에게 ‘그승’같은 세상이 펼쳐진다.
도깨비월드의 지역은 <해인경>, <제아쿨>, <호이스>, <호이스트>, <퐁당>, <봉당>, <몽당>, <미치>, <으시시>, <으시시 동쪽 구역>, <선래흘>, <천지인>, <밤밤>, <토그리마을>, <카리스>, <플래그십 아일랜드>가 있다. 각 지역에는 여러 종류의 도깨비가 살고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지역들 간에 전쟁도 벌어졌다. <밤밤>이라는 지역의 '도깨비불' 부족은 신화적인 존재로, 전설에 따르면 자연의 정령들이 특정 울림으로 인해 깨어난다. 남북영역 전쟁 후 앵두깨비가 원만부를 돌리면서 도깨비불이 탄생했고, 이들은 밤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낮에는 돌처럼 잠든다. 원만부의 작동으로 깨숑과 뽀숑의 하모니가 깨지며 일부 정령들이 도깨비불로 진화했다. 실제 도깨비의 역사를 살펴보면 도깨비불은 자주 등장한다. 도깨비불 설화는 한국 전통 민간신앙과 연결되어 다양한 형태로 전해진다. 파란 불빛이나 명당을 표시하는 신비한 빛으로 나타나며, 사람들을 놀라게 하거나 길을 잃게 만드는 초자연적인 존재로 묘사되기도 한다​. 전통 도깨비불과 <밤밤>에 있는 도깨비불의 형상은 다르지만 <밤밤>의 도깨비불은 전통 도깨비불의 형상 중 하나 일 수도 있다. 현세에서 ‘허수깨비’를 입고 도깨비월드를 구경한 필자는 이런 도깨비의 모습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이처럼 도깨비불에 대한 설화는 한국 전통 민간신앙과 연결되어 여러 도깨비불의 모습을 설명하는 이야기로 전승되고 있다.
도깨비월드에서도 다양한 도깨비들이 살고 있으며, 한국 전통 도깨비처럼 기이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나 성격이 그 예이다. 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어서 태국 신앙과 같은 존재도 발견된다. 그것은 ‘NUS’라는 것으로 도깨비월드의 ‘봉당’에 있다. ‘NUS’는 도깨비 알이자, 영혼을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  이 도깨비의 모습과 기능은 태국 민속 신앙과 비슷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콴(ขวัญ)’이라는 것인데, 사람이 죽으면 ‘콴’이 죽은 자의 몸을 떠난다. 돌, 나무, 도자기, 조각상 등 모든 것에 붙을 수 있다. ‘콴’은 사람의 탄생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콴’에 대한 관념을 바탕으로 하여 도자기에 시문한 문양도 볼 수 있다. 예컨대 2,500년전 반치앙(บ้านเชียง)호와 사발(사진1 : 콴반치앙(ขวัญบ้านเชียง))에서 콴무늬를 확인 할 수 있다.  ‘콴’은 도깨비는 아니지만 영적인 개념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야차안에 ‘콴’이 있을 수 있다. 불교나 토속신앙의 세계관 속에서 도깨비라는 존재는 끊임 없이 국경을 넘어 교류하며 공유하고 전승해서 정착했다. 또한 세월이 흘러가면서 토속신앙과 외국에서 투입된 개념이 접목되어 또 다른 도깨비를 재생성한다.
도깨비는 단순히 괴이한 존재의 개념을 넘어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며 한국 민속 문화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현대에 와서는 도깨비가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를 K-도깨비라고 지칭할 수 있을 정도이다. 또한 도깨비는 한국의 독창적인 민속 신앙을 대표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특히, 도깨비월드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도깨비들을 통해 한국 21세기의 도깨비의 이미지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도깨비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리라 생각된다. 재생성, 재해석 끝에 결국 월드 도깨비는 도깨비월드에서 살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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จิตต์ วงษ์เทศ, ‘ศาสนาผี’ ขวัญในศาสนาผี ปนกับวิญญาณทางศาสนาพุทธ https://www.matichonweekly.com/column/article_62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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